중력의 영향으로 무게가 있는 이 땅 위의 모든 것은 아래로 향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고, 나무에 열린 사과는 땅으로 떨어진다. 물론 만물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중력을 거스른다.



산은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취해 구름과 맞닿았다. 동굴은 위의 무거운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둥근 천장을 이루었다. 우리는 산과 동굴 등 자연의 모습을 보고 피라미드, 볼트와 돔 구조를 만들어 중력에 저항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본따 지면에서 수직으로 꼿꼿이 서서 중력을 견뎌내는 구조물 또한 만들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오브제는 건축의 뼈대, 기둥이다. 기둥은 상부의 하중을 축방향 압축을 통해 하부로 전달하는 수직 구조체를 의미한다. 건축에서는 벽과 함께 지붕과 천장, 혹은 위층처럼 상부 구조를 지지하는 데에 쓰인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거대한 석재를 깎아 석조 기둥을 만들었다. Doric, Ionic, Corinthian으로 구분되는 주범 양식(Classical order)은 여러 무늬들, 나뭇잎, 신화 속의 신들과 이야기로 세밀하게 가공된 석재를 사용했다. 고대 그리스의 건축에서 기둥은 양식(Order)으로서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가 서구식 기둥 하면 떠올리는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 문명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기원전 432년 건축가 Ictinus에 의해 완공된 이 신전은 고대 그리스의 수호여신 아테나를 모시기 위한 공간이었다. 기둥이 사면을 두르고 있는 Peristyle로 지어진 신전에는 46개의 외부 기둥과 19개의 내부 기둥이 세워졌으며, Doric과 Ionic 기둥이 모두 사용됐다.



목조건축에서 특히 중요한 구조재인 기둥은 건축 공간의 수직력을 받는 부재로, 대표적인 목조 건축인 우리나라의 한옥 양식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한옥의 기둥은 뿌리, 허리, 머리로 구분된다. 기둥뿌리는 초석에 밀착되는 부분으로, 아래에는 해충이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처리를 한다. 기둥머리는 보와 연결되며 보가 수평력을 가지게 한다. 한옥의 기둥은 기와, 서까래 등으로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지붕의 무게를 받치고 있다.



상부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만큼, 기둥은 돌, 목재, 벽돌, 금속, 철근 콘크리트처럼 무겁고 튼튼해서 안정적으로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재료로 이루어진다. 특히 우리 주변 대부분의 건축물은 콘크리트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콘크리트 벽체와 기둥이 하나로 합쳐져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현대 건축에서는 수직력뿐만 아니라 지진이나 태풍처럼 횡방향력(가로방향력)에 저항을 가지도록 기둥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철근 콘크리트의 장점을 현대 건축에 접목해 돔-이노(Dom-Inno')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돔-이노 구조를 바탕으로

1. 필로티로 건축 구조의 대부분을 들어 올린다.
2. 건축가가 의도하는 대로 내부 공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구조가 없는 자유로운 입면(Facade)을 만든다.
3. 채광 효과를 위해 가로로 기다란 유리창을 사용한다.
4. 벽이 아닌 기둥을 통해 공간을 지지하며 자유롭게 열린 평면을 만든다.
5. 건축물이 차지하는 면적의 기존 녹지를 보충하기 위해 '옥상정원'을 만든다.

 

라는 '현대 건축의 5원칙'을 제창했다. 그가 주장했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르 코르뷔지에의 이론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기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적성에서부터 드러나는 기둥의 튼튼함은 위로부터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구조적 특징과 더불어 공간을 이루는 근간, 뼈대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흔히 집안의 기둥, 나라의 기둥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어느 집단 내에서 의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간 안의 사람과 사물, 구조들은 모두 기둥에 의지한다. 기둥이 무너지면 그 아래의 재산, 공간, 소중했던 추억까지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래서 기둥은 세워졌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굳건하게 온갖 고난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건축의 뼈대, 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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